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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책 읽는 도시를 꿈꾸다-이종화(진해기적의도서관장)08-08-23/토

작성자
진*기적의도서관
작성일
2008.08.27.
조회수
7,317











● 신문명 : 경남신문


● 일  정 : 2008년8월23일 토요일



책 읽는 도시를 꿈꾸다-이종화(진해 기적의 도서관장)
마냥 뻗어오를 것만 같던 해바라기들이 어느새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서기 시작한다. 계절을 새로 맞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데 당치도 않게 가을은 찾아드나 보다. 가슴 언저리로 선득선득 기어드는 찬바람에 놀라서 문득 잠이 깨는 새벽녘. 그런 시간의 허전함이 가을을 알려 준다. 날이 새도록 남아 있던 한 마리 귀뚜라미가 외딴 울음으로 살 속까지 박혀 올 때면 참으로 둘레의 빈자리를 의식한다. 모든 열매가 익어가는 이 좋은 계절에 이토록 공허한 것은 무슨 연유인지. 치열하고 악랄한 여름에 대결하여 그 열기를 이기고 난 다음의 피로와 허탈이 한꺼번에 덮쳐 오는 것일까.

여름이 가을로 옮아 가는 무렵에 앓는 이 통증은 한여름을 좀 더 침착하게 관찰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남의 잔치에 폭음하는 술꾼처럼 철없이 달려가던 바닷가. 파도와 뇌성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이없이 빼앗긴 정신의 주소를 찾아, 속옷 바람으로 화재현장을 뛰쳐나온 것처럼 우왕좌왕하는 마음을 추스르고 사색(思索)이 익어가는 가을을 맞아야겠다.

지난 여름의 그 무서운 더위를 견디며 건져 낸 것은 한국 간행물 윤리위원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독서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독서 아카데미’의 수확이다. 수강자 모집을 끝내고 보니 정원의 90%가 진해시청 소속 여성 공무원이었다. 그들이 바쁜 업무에도 퇴근 후의 시간을 내어 독서 교육에 참가하려는 것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일반수강생들의 양해를 받아 교육 장소를 진해 시청으로 옮겼다.

문학에 대한 일반 이해와 치유적 책 읽기로 진행한 24차시를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40여명이 수료하였다. 수업을 맡았던 강사가 수강생들의 독서력이 상당한 수준이라서 진행하기가 수월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청내(廳內)에서 각 실과별로 매달 책 한 권씩을 선정하여 돌려 읽으며 내공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가 열심히 읽었다. 일주일에 한두 권씩 읽어 오라는 숙제를 해야만 독서토론에 참여할 수가 있기도 했지만 본인들의 의지와 노력이 컸다고 하겠다. 말이 쉽지 치유적 도서목록의 책을 직장인이 매주 읽어 오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해 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물론 그 책의 독후감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독고담(讀告談)의 시간이었다고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남녀를 막론하고 직장인이 한 달에 책 한 권씩을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직장을 가진 여성은 가사와 육아까지 책임져야 하므로 짬을 내어 한가롭게 책을 읽기가 더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책을 읽고 자신을 다스려 왔기 때문에 선뜻 시작하기 어려운 독서 교실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시(市)의 자랑이다. 중국의 고전 ‘예기’에는 인간이 소망하는 이상사회인 대동(大同)의 조건으로 ‘현명한 사람을 뽑아 관리로 삼는다’고 그려져 있다. 이는 공직자가 현명해야 백성의 삶이 수월해진다는 뜻일 게다. 그런 의미에서 진해시의 공무원들이 매달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으며 지혜를 내면화하고 있다는 것은 진해시의 큰 자산이다.

차제에 온 시민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선정하여 ‘One Book, One City ’를 선포하고 한 권의 책을 시민 모두가 돌려 읽는 운동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똑같은 내용의 책이지만 읽는 이에 따라서 가슴에 받아들여지는 감동은 각기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잠 못 자게 하고 굶게 하고 가슴 아프게 하던 애인을 그곳에서 만나게 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탱탱하게 솟아오르는 아침 태양이 두려워서 등 돌려야 하는 날, 뼛속으로 파고드는 허무의 무게를 견디는 참된 인간의 시(詩)와 진실을 만나게도 될 것이다.

바야흐로 조선 시대의 실학자 이덕무 선생이 밝힌 독서 팔경 중의 하나인 ‘귀뚜라미 우는 가을밤’이 시작된다. 삶이 고단한 우리 서민들이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 책갈피에 숨겨져 있는 정신의 보물을 캐며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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