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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_META_TITLE_ 휴관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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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벚꽃장(진해신문-07/04/26)

작성자
진*기적의도서관
작성일
2007.04.26.
조회수
6,274
 벚꽃 장



 벚꽃 잎이 눈가루처럼 쏟아진다. 내려앉은 꽃잎들이 쓸려 포도위에 꽃물결을 이룬다. 온 시내를 가마 속처럼 들끓게 하던 벚꽃 축제가 내일로 막을 내림을 알리고 있는 듯하다.


 해마다 4월과 함께 시작되는 군항제는 내가 진해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만든다. 첫째는 먼 곳에서 밤새 달려오지 않고도 편안히 앉아 벚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평일은 물론 휴일이면 2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 가라앉아 있던 도시가 갑자기 활기를 띈다. 소도시에서 주눅 들었던 나도 어쩐지 당당해진다.


 그리고 그동안 왕래가 없던 잊어버린 줄 알았던 친구나 친지들의 소식을 전해오는 것이 반갑다.


 ‘진해 벚꽃’을 보기 위해 혼자 느닷없이 불쑥, 또는 무슨 날 몇 시에 도착하겠다는 통보와 함께 관광버스 한 대가 들이 닥쳐 발을 동동 구르게 할 때도 있고, 가겠노라는 말만 하고 벚꽃이 다 질 때까지 오지 않아 실망할 때도 있다. 그렇다 해도 벚꽃 철이 지나고 나면 좀 번거롭고 성가시던 일들이 추억으로 가슴을 훈훈하게 적신다. 이런 벚꽃 철이 있어서 나는 진해가 더욱 좋다.


 진해는 시민이 17만이고 벚나무가 20만 그루이다. 80여년 전, 일본인들이 현동만의 우리 어민들을 몰아내고 저들의 해군 기지로 만들 때 심은, 작전사령부내의 늙은 벚나무를 비롯해서 근래에 심은 애송이 나무까지 합쳐서이다. 이 많은 벚나무들이 일시에 꽃을 피우면 진해시 전체가 꽃구름 속에 잠기게 된다. 하지만 이중 가장 장관을 이루는 사령부내의 늙은 벚나무를 보는 심정은 좀 착잡해진다. 암울했던 일제의 침략시대를 회상하게 되는 까닭이다. 일본인들은 군항으로 개항 당시 일본 정신을 심기 위해 이 곳에 벚나무 묘목을 가져다 심었던 것이다. 이래서 해방이 되자 베어버리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벚꽃 장이 시작되면 그간 초라하기까지 하던 작은 도시가 돌연히 대도시로 바뀐다. 어디에서 몰려드는지 고급 승용차가 줄을 잇는다. 팔도 명산물 시장에는 전국 곳곳의 특산물이나 나그네들을 몽 북새통을 이루고, 먹자골목에는 각설이 타령이 차차차가 넘쳐난다. 아무리 신명이 없는 사람도 이 곳에 오면 절로 신명이 난다.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는 말이 있지만 진해벚꽃 놀이만큼 실감나는 곳도 없을 것이다. 골라! 골라! 하는 장단에 맞춰 500원, 1000원 짜리 T셔츠도 사고, 옥돌에, 박달나무로 만든 도마, 김장할 때 쓸 소쿠리 세트를 사들기도 한다.


 저녁이 되면 더 흥청거린다. 나는 낮 동안에 찾아온 친구들을 안내하느라 녹초가 되지만, 자정이 가까워 오면 몸이 근질거려 또 나간다. 불야성을 이루는 포장마차 골목에 들어서면 눈이 확 뜨인다.


우리 내외는 나이가 같아 다투기도 잘하지만 의기투합도 잘 된다. 나는 내 주장을 하며 잘난척하고 티격태격 했어도 결국은 남편 쪽으로 쏠려 가는 인생이었음을 깨닫는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부창부수’의 세대이다.


 배가 부르지 않는데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가락국수집 통나무 의자에 앉는다. 국수 한 그릇씩  말아 먹으며 배가 고팠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때는 왜 그렇게도 먹고 싶은 것이 많았든지 모르겠다며 서로가 그랬느냐고 확인한다. 그리고서 한바퀴 돌다가 닭 꼬지 한 접시에 토속주 한 잔 씩 앞에 두고 앉아. 바람이 스칠 때마다 흩뿌려 내리는 벚꽃 잎을 바라본다.


 젊을 때와 같은 오근조근 살뜰한 얘기는 없지만, 서로 같은 방향에다 시선을 맞추고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남편의 고향은 여기가 아니다. 그가 진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사관학교 입교 때부터이다. 그 후 근무지를 따라 서울, 부산, 동해 등 몇 곳을 전전했지만 그는 진해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온 손님들이, 서울에 오세요. 꼭 안내할 데가 있어요. 할 때도 ‘네’라고 정중하게 대답은 하지만, 나는 그것이 건성으로 하는 대답임을 읽는다. 남편은 진해 이외는 어떤 도시도 모를 만큼 진해를 사랑한다. 나는 그런 남편이 못마땅하다. 내가 태어나 자란 대구가 더 좋았고, 봄철이면 서울 시민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여의도 벚꽃을 더 사랑했다. 그러나 그 문제로 다투던 우리가 이제는 바뀌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진해를 떼어놓고 나를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내가 진해인 듯 진해가 나인 듯 나도 진해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과 같은 그 무엇, 말하자면 일종의 혈연의 혈연감을 느낀다.


 벚꽃이 피고 벚꽃이 지네


 함박눈인 양 날리네 깔리네


 꽃이 지네 이별인가


 이 밤에 남 몰래 떠나는가


 한하운의 답화귀를 생각한다.


 열흘간의 짧은 향연을 끝내고 사뿐히 제 갈 길 따라가는 꽃잎처럼 내일로 벚꽃 장도 끝난다. 짧게 피다가 흩어지는 벚꽃 축제는, 해마다 같은 생각이지만 그저 아쉬워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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