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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벚꽃에 스며 있는 의미/ 이종화 - 경남신문4/11

작성자
진*기적의도서관
작성일
2007.04.13.
조회수
6,242
벚꽃에 스며 있는 의미

한 줄기 바람이 스치자 벚꽃 잎이 눈가루처럼 쏟아진다. 사뿐히 내려앉은 꽃잎들이 바람에 쓸려 포도 위에 꽃물결을 이룬다. 이런 장관을 보려고 전국에서 몰려든 상춘객들로 온 시내가 축제 분위기이다. 45회째인 올해 군항제는 `진해 국제 군악 의장 페스티벌'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변변히 내세울 것 없이 숨죽이며 살다가도 이맘때만 되면 당당해진다. 여기저기 전화해서 호객(?)을 한다. 올해도 몇 차례 손님을 치렀다. 그들에게 빠뜨리지 않고 안내하는 곳이 이승만 대통령 별장이다. 그곳의 특별한 공간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거기에는 안방 화장실 입구에 비상 탈출구가 있다.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비좁은 그 지하 통로는 상당히 떨어진 해안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일본 강점기 당시 통신대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뚫었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장비가 전혀 없던 시절에 우리의 인력으로 만든 것이니 얼마나 많은 장정들이 징용되었을 것인가. 캄캄한 구멍 속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일본의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를 향해 한 맺힌 넋들이 뭔가를 들려주는 듯하다.
 
광복 63주년을 맞는 지금, 일본은 총리가 앞장서서 자신들의 과오를 왜곡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려고 갖은 수단을 쓴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대일(對日)무역적자는 계속 늘어만 가고 있고 이 땅에 왜색 풍조가 범람해 간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정녕 독립을 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월(越)나라 임금 구천(句踐)은 제 힘을 과신하다가 나라를 잃었다. 자신의 실수를 뼈아프게 후회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그러나 그는 역전의 신념을 굳히고 기회를 찾는다. 그래서 자진하여 적국인 오(吳)나라의 노예가 된다. 무덤가의 석실에 기거하면서 오나라 왕 부차(夫差)가 외출할 때는 말고삐를 잡고 걸으며 갖은 조롱을 받는다. 또한 오왕의 신임을 얻기 위해 병석에 누운 그의 배설물도 서슴없이 핥아 맛을 본다. 온갖 수모를 견디고 마침내 사지(死地)에서 돌아온 그는 군신(君臣)이 화합해서 나라 안의 기강을 세우고 국력 부강에 힘썼다.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리기 위해 밤마다 침상에 매달아 놓은 쓸개를 핥으며 지난날의 치욕을 되새겼다. 마침내 오나라의 궁성을 함락시킨다.
 
과거의 은혜를 잊는 것이 패덕이라면 굴욕을 잊는 것도 패덕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과거의 굴욕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 발뒤꿈치의 때밀이에서부터 머리띠까지 일제(日製) 상품이 넘쳐난다. 먹고 마시는 생활의 구석구석에 일본 냄새가 스며있지 않은 것이 없다. 물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협력도 해야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부분과 구별이 되어야 한다. 지난 일이라 해도 과거는 언제나 현재 속에 숨 쉬는 법이다. `일본'은 과거를 통해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위치에 있다.
 
모두들 별장을 둘러보면서 다시 한번 일본의 실상을 깨닫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대통령 별장답지 않은 검소함에 놀란다. 물론 이승만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 우리는 GNP라는 말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극일(克日)을 해야 한다는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던 우리가 세계 경제 11위의 위업을 이루었다. 우리는 이 사실에 너무 도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 국가가 멸망하는 것은 빈곤 때문이 아니다. 정신의 붕괴에서 온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진해에 벚꽃이 많은 것은 일본인들이 군항으로 개항 당시 일본 정신을 심기 위해 이곳에 벚나무 묘목을 가져다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해방이 되자 베어버리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왕벚꽃은 제주도가 원산지인 토종이라 하여 우리 지역의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친구나 친지들은 벚꽃을 보러 왔다가 우리의 과거(過去)를 보고 간다고 했다. 화려한 꽃의 향연에 스며있는 우리의 아픈 과거를 직시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종화 / 진해 기적의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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